'부재(不在)의 풍경을 읽다'

이순희는 경주의 문화유적들을 대상으로 생명력을 가진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자전적 시각을 통해 사진에 담아낸다.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서 현재까지 거주하는, 경주의 역사적 유산들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바라보고 표현했다. 그녀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16년에 걸쳐 유적 관련 기관에서 발굴 현장을 답사하고 유물을 촬영해왔다. 예전에는 경주의 많은 문화유적들이 본인의 생활 터전 속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었다. 그런 그녀가 경주라는 도시와 문화유적들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에 의해 둘러싸여진 자신의 삶을 자각하게 된 것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를 좀 더 거리를 두고,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 경주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서 많은 변모를 거쳤음에도, 도시 전체는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천 년 전 신라 유적들과 공존하고 있다. 경주의 곳곳에 흩어진 유적들을 촬영한 이 사진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애써 찾아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한 것들을 보여준다. 이것들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현대에 이르는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 원형의 소실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모습을 미뤄 짐작하고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많은 사진가들은 특정 장소를 직접 관찰한 것을 토대로 작업하는데 여기서 장소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의 첫 사진적 대상은 계림이다. 이곳은 김알지(金閼智)의 탄생 신화를 간직한 역사적 공간으로, 신라의 신성한 숲으로 일컬어져 왔다. 계림의 나무들은 사람의 모습과 닮은 독특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나무 형상을 통해 감지되는 미묘한 분위기나 신령스러움을 작가는 만물에 깃든 ‘영’으로 간주했다. 그리하여 움직이는 기의 형상인 ‘영’은 구체적인 사물도 아니며 형태도 없지만, 존재의 본질로 파악되었다.

겨울의 문턱, 어둠이 내려앉은 해질녘부터 이른 새벽 시간에, 스트로보(strobo) 조명의 강렬한 빛에 힘입어 나무는 거대한 뿌리와 함께 형상을 극명하게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계림의 나무들 앞에 조용히 마주서면 시간은 멈춰서고 역사의 한 순간에 머무른 것 같은 환영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범신론적 관점을 채택하여 계림을 영적 에너지가 깃들여 있고 신비로운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무들을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로 표현하고자 했다.

두 번째 대상인 당산나무는 마을 입구에 심어져 있고 공동체를 보살펴줄 신령이 살고 있다고 여겨져 신성시되는 영물이다. 당산나무의 내력은 단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조선 사람들은 그들의 당산나무인 신단수 아래에서 제를 올리면서 신령이 내리기를 빌기도 했다. 경주에 남겨진, 오랜 수령의 당산 나무는 이른 봄, 싹을 틔우기 위해 수액을 가지 끝까지 채워 올린다. 작가는 생명력이 절정에 다다른 이 시기, 밤의 어둠 속에 나무의 신령스러운 양상을 표현하였다.

세 번째 대상은 경주의 잊혀져간 유물들이다. 폐사지(廢徙地)로 일컬어지는 오래된 절터나 석탑들의 잔해들, 남산의 불교 관련 유물들은 천년을 고스란히 한 장소에 머물러 있다. 황룡사는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에 타서 지금은 건물과 불상의 주춧돌들만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금의 경주에서 조차 황룡사가 차지하는 면적이 상당하다. 여러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황룡사의 창건은 신라의 권력 위상을 집약한 국가사업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문사지는 현재 절터의 대부분이 넓은 논으로 이용되고 있고 탑의 석물들이 잔존해 있다. 구황동 모전 석탑지에 서있던 탑은 지금 모두 허물어지고 남·북 감실의 돌기둥 2쌍만 남아 있는데 인왕상이 새겨져 있다.

황룡사, 보문사, 망덕사 등과 같은 경주 전역에 분포한 폐사지에 남겨진 석물, 기단석, 석등과 경주 남산의 불탑과 부서진 불상, 모전 석탑지의 돌기둥은 역사의 광풍을 견디며 영욕의 시간을 거친, 찬란한 빛이 사라진 채, 응축된 시간과 기억을 담고 있다. 부재 속 고독감을 극대화 하고자 초록이 무성한 여름날, 빛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기 전인 밤과 새벽 시간대에 촬영되었다. 이 사진들은 들판의 뚫려진 텅 빈 공간에 스트로보 조명을 써서 온전히 피사체에 집중하고 마주하게 한다. 주변의 상황이 차단된 채, 소유할 수 없는 시공간, 그녀가 머문 곳과 그 시간이 곧 삶이 자리한 곳임이 느껴진다. 촬영된 유물들은 삶의 편린(片鱗)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부식되고 마모된 유물의 소멸에 관한 불안감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자신이 머문 시간과 공간에 삶의 숨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유적지는 사라진 구조물에 관한 은유를 품은 채, 경험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특징짓고 실제 경험이 어떻게 장소라는 감각에 고정되는지를 바라보게 한다.

사진적 풍경은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 기반한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구축된다. 장소에 관한 사진적 재현은 공간에 관한 신체적 감성을 일으키고 상상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며 역사의 어떤 순간으로 이동하는 시간 여행자로서의 특권을 부여한다. 현재는 시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며 낯선 조우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이 시간은 과거와 현재를 품은 일종의‘사이-공간’에 놓여진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의 시간론에 따르면 응축된 순간들은 체험되는 현재를 구성하며 그 현재는 다가올 미래로 가게 하는 시간적 계기의 중심이다.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각각의 독립된 순간들의 개별적 감각과 무의식의 층위가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이나 사회의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지워지거나 새롭게 덧붙여지며 은유적, 상징적 의미를 내포되는데, 시공간을 품고 그 너머를 응시하는 가운데, 사진이 구축해 놓은 모호함은 열린 관계를 지향하게 한다.

작가는 경주에 천 년 간 존재해온 문화유적들을 매개로 물리적 장소에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감성 형식을 경험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통해 존재를 자각하는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하며 역사의 숨결과 시간의 기억을 담아 개념화되기 이전의 감각 경험에 기반한, 현재의 자아를 사유하게 하는 풍경으로 제시한다.

손영실(경일대 교수, 이미지 비평가)

Construe unnoticed scenery

Lee Sun-Hee portrays Gyeongju—the city of vibrancy—through her autobiographical perspective by revealing its historic sites and monuments.
Lee uses her own field of sentiment to express the cultural heritages of Gyeongju, where she was born and raised. She has been exploring various excavation sites and taking photographs of relics for over 16 years. Shortly after she began to recognize the history behind this city, Gyeongju and its archaeological sites have immersed into every perspective of hers—yet it never felt as part of her monotonous ordinary day-to-day life. Through series of processes, Lee was able to view Gyeongju through her own constructional lens from a distance.

The 21st century of Gyeongju has undergone many changes in the wave of urbanization. Nevertheless, the entire city has been listed on UNESCO World Heritage as a historic site and it still tends to coexist with the remains of Silla. Lee portrays archeological sites that are scattered out through the city and often considered obscure among many people. Her photographs will allow us to postpone and envision historical moments in spite of the dissipation in the original archetypes through different time eras—such as Silla, Goryeo, Joseon, and Japanese colonial periods. Lee portrays sceneries in the means of ventilation of her individual memories and experiences unlike other photographers who focuses their work on observation of a particular site.

Lee’s first photograph is ‘Gyerim’—the Sacred Forest of Silla, also known as the historic site that preserves birth myth of Kim Al-ji. Many trees in ‘Gyerim’ have its own unique shapes and features that resemble a human figure. Lee contemplates its subtle atmosphere and spirituality perceived through the tree configuration as ‘spirit’. This configuration of revolving ‘spirit’ is not considered to have a concrete figure or a define formation. Instead it can be understood as the essence of existence. Lee utilizes different intensity of the strobe lights to protrude the trees’ prodigious roots during the thresholds of winter—from dawn of darkness all the way to the first appearance of light in the sky just before the sunrise. She affirms that when facing the trees of ‘Gyerim’ in the presence of silent, time stops and she can immerse herself in the illusion of history. By embracing Lee’s pantheistic view, she confers these trees divine meaning of an arousing mystical enlightenment as she deliberately expresses ‘Gyerim’ as an invisible spiritual that is beyond its own configuration.

Lee’s second photograph is ‘Dangsan tree’—in which exists at the entrance of the village. It is often considered as sacred creature that embodies a spirit for the purpose of community’s well being. The history of ‘Dangsan tree’ recalls all the way back to the Dangun era. Ancestors from Gojoseon kingdom used to pray for the spirits to come down to ‘Shin Dan Soo’—known as the ‘Dangsan tree’ now. This long-standing ‘Dangsan tree’ is known to absorb water by the roots from the soil—in which become transported to each and every end of the branch to sprout in early spring. Lee apprehended the spiritual aspect of the tree in the darkness of night during its life’s climax.

Lee’s third photograph is the forgotten artifact of Gyeongju—the old temples, remnants of stone pagodas, and Buddhist relics in Namsan are remaining intact in the same place for the past thousands of years. ‘Hwangryongsa’ was burned by the invasion of Mongolia during the Koryo dynasty. There are only few architects and headstones are left behind since then. However, the area occupied by ‘Hwangryongsa’ is somewhat considerable large nowadays. From this point of view, it seems that the establishment of ‘Hwangryongsa’ was a national project for the power of authority. ‘Bomunsaji’ has few pagoda remains and it is also being used as a large rice paddy. The ‘mojeon’ pagoda in Guhwangdong is now torn down and only two pairs of stone pillars of south and north Gamsil are remaining until the present. Stones, podiums, stone lanterns, pagoda, broken statues of Buddha as well as the stone pillars of ‘mojeon’ pagoda that are scattered throughout the city of Gyeongju—‘(Hwangryongsa’ Bomunsa’,’Mangdeoksaji’)—all have gone through one the most fanatical era of our history to contain precipitated time and memoires. To maximize the abandonment among the unnoticed scenery, Lee seized moments such as late nights and early mornings, on a lush summer day, before light revealed the existence of the world. These photographs use strobe lights in an empty field as it primarily focuses on the subject itself and nothing else. When all other surroundings are obstructed and can’t be withheld, only her time and space remains in the same site—as life continues to subsist. She portrays these artifacts as just a small glimpse of life matters. As time passes, she ingrains vitality into such spaces while hoping that relics would never become decayed. These historic sites, with its metaphor for the absent structure will lead us to characterize our own experience of virtual life and allow us to understand how reality is anchored in the sense of place.

The photographic landscape is often constructed through the glance of social and cultural perspective. The image representation of a particular site can not only give rise to the physical sensation of the give space, but it can also enable one’s leap of imagination by providing the ability to travel to any moment in our history. The idea of ‘present’ provides new order to the sense of time—in which creates mystifying encounters. Thus, this specific sense of time can lie in between margins all the way from the past to the present era. According to Gilles Deleuze’s Philosophy of Time, the condensed moments constitute the present experience, and that present will become the center of the time that leads to the upcoming future. This view offers the idea that there is a level of individual sensation and unconsciousness of each independent moment that is not always visible to sentience. The memory of an individual or society is often erased and added as time passes; yet it has a metaphorical and symbolic meaning. Meanwhile, the ambiguity of photography will travel beyond the face of space and time to better the relationship between past and the present.

Lee encounters the spiritual formality of a space through different cultural heritages that have existed for over a thousand years in Gyeongju—her perspective is very much acquaintance with containing the breath of history and being aware in the idea of existence before conceptualization.